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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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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담(俗談)
작성자 관리자 조회 695 회

   삶의 생태와 습속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속담이다.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한두마디의 간결한 말로 구술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경험을 통해 체득된 지혜와 교훈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 곳 소섬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속담도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한 지역의 독자성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향토적 특색을 가진 것이 그 민족 고유의 것일 수 있고 나가서 세계적인 것이 되는 것처럼 소섬에서 채록된 속담들 중에는 본도에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4편만 제시해 보겠다.

① 웨 곰세기 뒤엔 큰 궤기 또른다.
  (외 돌고래 뒤에는 큰 고기 따른다.)
② 상군은 속옷 벗엉 죽곡, 톨파린 비단 속옷 입엉 죽나.
  (상군은 속옷 벗어서 죽고, 톨파리는 비단 속옷 입어서 죽는다.)
③ 영등할망 청치메 입엉오민 날 좋곡, 우장 썽오민 날 우치곡, 물치게 입엉오민 춥곡, 몹씰민 보름 분다.
  (영등할머니 청치마 입어서오면 날씨좋고, 우비 써서오면 비내리고, 누비옷 입어서오면 춥고, 몹쓸면 바람분다.)
④ 염송애기 물똥 싸는 거 본 사람 엇(읏)나.
  (염소 물똥 싸는 것 본 사람 없다.)

   위 ①의 속담은 이곳 소섬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서 '큰고기'는 상어를 말한다. 이 말은 결국 돌고래가 여러마리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곳에는 상어들이 접근하지 않으나, 한 마리만 따로 떨어져서 다닐때는 거의 상어를 불러 들이는 위험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 마리만 떠도는 돌고래 근처에서 잠수들이 작업을 하다가는 화를 입게 되므로 몹시 경계한다. 이와 관련해서 '웨 곰세기 튀는 딘 가지말라(외 돌고래 뛰는 데는 가지말라.)'고 하는 말은 이곳 잠수들에게는 상식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돌고래인 곰세기는 소섬의 주민들에게 기상관계를 예상케 하는데 '곰세기 가찹게 오민 날 우친다.(돌고래 가깝게 오면 비온다.)'가 그것이다. 사시사철 해양생활에 종사해 온 어부나 잠수들은 인근 바다생물에 대한 생태를 그 누구보다도 잘 관찰해 온 데서 얻어진 결과이다. 또한 신기한 것은 잠수들이 헤엄쳐 가다가 보면 곰세기 떼들과 맞걸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이곳 소섬주변에 나타나는 돌고래에 대한 주민의 반응은 낯설어 경원시 되는 동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②의 속담은 잠수가 최고경지에 이르는 잠수술을 터득하여 상군으로 활동해 보았자 빈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오죽했으면 죽을때 속옷하나 제대로 못 입었을까. 참담했던 잠수의 수익성을 되새겨 보게한다. 그러면 물질하는 기술이 없는 하군인 잠수의 애숭이 '톨파리'는 비단 속옷을 입을 정도로 잘 살았다는 말인가. 그것은 역설일뿐, 아무리 한평생을 잠수업에 전념해도 펴지지 못한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다는 강조이다.

   잠수업이 늘속이 없음은 이곳 소섬만의 것은 아니다. 본도에도 '질삼밧 늙으닌 죽언 보난 미녕소중이가 아옵이곡, 좀수 늙으닌 죽언 보난 일곱애비아덜이 들르는 도곰수견이 호나이다.(질삼밭 늙은이는 죽어서 보니 무명고쟁이가 아홉이고, 잠수 늙은이는 죽어서 보니 일곱 父子가 드는 도곰수견【물에 들때 입는 음부를 가리는 잠수복】이 하나이다'를 비롯해서 마라도에서 채록된 '좀순 죽어도 걸름도 안된다.(잠수는 죽어도 거름도 안된다.)'는 그 대표적인 속담이다. 아무튼 옛날의 잠수업은 지금처럼 권익이 보장되는 것과는 달리 천대속에 근근히 연명의 수단으로 대물림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③의 속담은 속신(俗信)과 연관된 것인데,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15일 동안은 '영등할망'이 들어와서 묵는 기간으로 돼 있다. 그래서 이 기간은 각종 금기사항이 있는가 하면 일기변화에 대한 '영등할망'의 차림새와 기질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여겼다. 차림새와 관련해서 날씨가 맑게 개인날이 계속되면 청색치마를 곱게 입고왔기 때문으로 알았고, 날씨가 흐려 빗날이 많으면 우장을 하고 온 것으로 알았다. 또 날씨가 추우면 누비옷을 껴입고 왔다고 했고 바람이 부는 날이 많으면 성깔이 사나운 '영등할망'의 조화로 알기 일쑤였다. 시대가 변하고 보니 토속적인 신앙관과 연계된 속신담(俗信談)의 하나로 전락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노년층에서는 심심치 않게 떠올려지고 있다.

   지금도 음력 2월 15일은 '영등굿'하는 날로 돼 있다. 이날은 영등할망이 최종적으로 거쳐서 나가는 곳으로 되고 있는데, '섬머리'쪽 '동어귀'에서 '영등굿'이 행해진다. 이때는 배에 미역·천초 등 해초류를 싣고 바다로 나가서 띄워 보낸뒤 그 배가 귀항해야 어로 작업을 나가는 배들이 출항케 된다.

   ④의 속담은 과거 소섬의 가축 목양장(牧養場)으로 활용되었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본도가 고려와 조선시대 목축의 최적지로 활용되었을때 우마 중심이었다. 그러다가 보니 양과 염소에 관한 기록은 별로 없는데 이원진의『탐라지』에 보면 사라봉 남쪽에 양잔(羊棧)이 있어 털을 뽑아 진상해서 말안장에 쓴다고 했고, 고유는 소섬과 비양도에 있다고 기록돼 있다. 기록대로라고 한다면 그리 흔치 않은 염소의 사육지가 이곳 소섬이었음을 알수 있다. 본도 속담의 소재로 등장하는 가축들 중에 소·말·돼지·닭·개 등의 동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도 많고 속담도 다양하게 전해진다.

   그러나 유독 염소를 소재로 한 것은 '일호당 죽은 황밧갈쉐나, 놀당 죽은 염송애기나(일하다가 죽은 황소나, 놀다 죽은 염소나)'가 고작이다. 다른 가축처럼 본도 전역에 걸쳐 많이 사육되었더라면 이들을 화소(話素)로 한 속담이 한두 편만 채록될 정도로 빈약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이곳 소섬은 한때 염소의 사육장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④와 같은 속담이 형성된 것으로 안다. 특히 염소는 위장이 든든해서 설사를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제 설사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설사하는 염소를 누가 보았겠느냐,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곧이 듣겠느냐고 하는 확고히 다져진 신념을 드러낼 때면 이 속담이 유효하게 쓰여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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