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대림리와 수원리 사이에는 땅에 뿌리를 내린 듯 굳게 서 있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대림의 선돌(입석·立石)이라고 부르는데, 돌이 서있는 듯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대림리를 입석리(立石里)라고 불렀다. '선돌'은 '수호석'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마을의 나쁜 액을 물리치는 방사의 구실도 한다고 전해진다.
옛날부터 대림리는 지형상으로 볼 때 서쪽이 빈 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돌'을 높이 세워 돛대의 역할을 하게 하면 대림리가 번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림리 사람들은 '선돌' 위에 돌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돌을 많이 올려 '선돌'이 높아질수록 마을이 번창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웃 마을인 수원리에서 볼 때는 이 '선돌'로 인해 그 방위가 막혀 곤란했다. 수원리 사람들은 대림리 사람들 몰래 밤에 대림리로 가서 '선돌' 위의 돌들을 무너뜨려 버렸다. 아침이 되어 이를 본 대림리 사람들은 다시 돌을 쌓아올렸다. 그러면 다시 수원리 사람들이 무너뜨리고, 대림리 사람들은 다시 쌓고, 이런 상황을 계속 반복하게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대림의 선돌' 위에 쌓아놓았던 커다란 돌들은 사람들이 모두 가져가 버려 작은 돌들만 남아 있다고 한다.
'대림의 선돌'에 관련된 또 다른 전설도 있다. 하루는 대림리를 지나가던 지관(地官)이 선돌이 있는 쪽으로 성을 쌓으면 마을이 부흥하겠다는 농담을 하게 된다. 이를 믿은 마을 사람들은 성을 쌓았다. 그런데 성을 쌓고 나서부터 마을이 점점 망해가기 시작했다. 배 모양의 마을인 대림리에 벽을 만들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제야 속은 것을 눈치챈 그들은 성을 허물어 버렸다. 대림리에는 지금도 그 성을 무너뜨린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