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농촌에서는 소가 하는 일이 대단하여 소 한 마리가 좋은 밭 하나와 맞먹을 정도의 재산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소를 사육하는 것이 농가의 중요한 일로 여겨져 웬만한 집은 한두 마리 소를 길렀던 것이다. 밭을 갈거나 농산물 운반등 엄청난 일을 떠맡은 소는 성자처럼 묵묵히 일을 하다가 죽어서도 사람에게 고기를 제공해 왔다.
소 먹임에 대해서 「둔쇠」,「맴쇠」,「산쇠」등으로 나누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둔쇠」란 「패쇠」라고도 하는데 여러 집이 어울려 하루씩 번갈아 가며 들에 가서 소를 먹이는 일이다. 「둔」은 「떼」란 말이며 「쇠」는 소의 제주 사투리이다. 당번이 된 사람은 거리를 돌며 「쇠 내몹써!」하고 외치면 동네 사람들은 고삐를 벗기고 소를 내몬다. 어린목동이 약도리에 점심을 지어 수십 마리의 소를 먹이다가 황혼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목가적 풍경이다. 새순이 움트는 4월에서 풀이 시들어지는 10월까지 약 반년동안 「둔」을 쳤던 것이다.
「맴쇠」는 「뱅작쇠」라고도 하는데 소가 없는 사람이 암소 한 마리를 끌고와 길러서 새끼를 나면 나누어 가지는 방법이다. 그러다 약속기간이 끝나면 암소는 주인에게 돌려주는데 소 없는 사람이 소를 먹이고 그 대가로 송아지를 갖는 매우 합리적인 관습이다.
「산쇠」란 집에서 기르는 소가 아니고 봄이 되면 산으로 올리는 소를 말한다.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방목을 해도 한라산을 떠날수가 없으며 먹는 물이 있는 곳에 소들이 떼지어 살기 때문에 멀리 도망가 버릴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산쇠」는 어릴 때 엉덩이에 낙인을 찍고 귀에 찢어 표시를 해서 산으로 올리면 사람이 간섭없이 산에서 살다 새끼를 몇마리씩 낳아 집을 찾아 드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 소 주인은 이상하여 누구의 소인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간(2살) 송아지때 올려둔 자기의 소임을 알게된다. 참으로 제주도가 아니면 생각할 수도 없는 진풍경이다. 이런「산쇠」도 농사에 필요하면 주인이 길들여 밭을 갈고 짐을 싣게 되는데 대단한 기술을 요하며 처음으로 밭갈이나 짐 싣기를 익히는 일을 「쇠 고리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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